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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11 소통의 미학 (전차남과 러브레터) (2)

제목은 매우 그럴싸하지만, 그저 간략한 영화감상문에 불과합니다. 최근 집에서 두 편의 일본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 편은 ‘전차남(電車男: A True Love Story, 2005)’ 이었고, 또 다른 한편은 ‘러브 레터 (Love Letter, 1995)’였습니다.


두 편의 영화는 제작된 시기도 10년이나 차이가 나고, 감독, 배우, 스토리 무엇 하나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두 편의 영화를 하나로 꿰뚫고 있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으니 이것이 바로 소통(Communication)입니다.


(이후 이야기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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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에 발표된 러브레터는 ‘편지’가 소통의 매개물로 등장합니다.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며 무심코 보낸 편지 한 통이 그만 동명이인에게 전달되고,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잊었던 옛사랑을 기억해 내게 되는 거죠.


죽은 남자의 연인인 히로꼬는 애타게 자신의 죽은 연인과의 소통을 원합니다. 남자가 죽은 산을 찾아가 대답할리 없는 산에 대고 ‘잘 지내고 있느냐’ 는 인사를 애타게 건네는 그녀의 모습에는 아직도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하는 뜨거운 마음이 샘솟습니다.


잊었던 첫사랑을 알 수 없는 여자의 편지로부터 떠올리게 되는 이츠키도,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자신의 첫사랑을 점차 기억해내게 됩니다. 왠지 모르게 설레였던 자신의 마음도, 끈임없이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지만, 전달할 수 없었던 중학생 후지이 이츠키도..대출카드 뒷면에 그려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라는 책의 제목과 함께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과 가슴아프게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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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의 전차남은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합니다. 얼굴도 모르는 웹 상의 친구들의 격려와 도움을 받아 약해빠지고 소심한데다, 오타쿠이기 까지한 주인공은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쟁취합니다.


특히나 이들은 주인공남인 ‘전차남’을 격려하고 코치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겪고 있던 세상과의 불통을 소통으로 바꾸어 나갑니다. 방안에 틀어박혀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고등학생은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아가 버스를 타고, 서로 따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젊은 부부는 따로 또 같이 전차남을 격려하다가 서로와 소통하게 됩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기억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던 간호사는 남자친구와의 기억을 훌훌 털어버리고, 만화방에 틀어박혔던 삼인방은 이제 당당히 세상으로 나아가게 되는거죠.


전차남의 출연 인물들은 이름이 없습니다. 누구도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그저 남자 주인공은 ‘전차남’ 이고 전차남이 사랑하는 여인은 ‘에르메스’일 뿐이죠. 그러나 서로의 이름마저도 모르는 이런 삭막한 웹공간에서도 인간은 서로 따뜻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 누군가와 소통하는 방법은 바뀌었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끊임없이 누군가와 소통하기를 욕망하고 또 그 속에서 좌절하고 성장합니다. 손으로 직접 써보낸 편지는 좀 더 분위기 있고, 정성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화면을 보고 타이핑해놓은 이 메일보다는 말이죠. 실제로도 그렇기는 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형식이나 방법이라기 보다는 그 안에 담긴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 생각나는 사람에게 이 메일 한통, 문자 한통, 전화 한통 정도 해보는 게 어떨까요? 그리운 마음 듬뿍 담아서요.

Posted by Mr.Everything 트랙백 1 :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