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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03 주인장의 러브 스토리 vol. 3 (7)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더욱 건승하는 2007년 되시기 바랍니다. 어쨌거나 이 글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호호호


“여보세요....”


“저예요...”


“네??”


어라 이건 뭐야? 순간 머리가 멍해집니다. 사실 진지하게 잡은 약속이 아니었더랬죠. 시간도 장소도 잡지 않은 그저 농담처럼 주고 받은 약속이었는데다 어제 나름 징하게 놀았기 때문에 그녀가 먼저 전화를 하리라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는 지금처럼 핸드폰에서 전화건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 수도 없었을 때였으니까요.


여차저차해서 그녀와 약속을 잡게 되었습니다. 농담처럼 건넨 약속을 잊지 않았던 거였지요. 신촌 현대 백화점 지하쪽 출입구에서 보기로 약속을 잡고 부랴부랴 채비해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당시에는 안산에 살고 있었던 지라 신촌에 나가려면 대략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나가는 내내 안절부절 이었지요.


뭐 무심코 건넨 약속인지라, 뭘 해야 할 지 전혀 준비되어 있는 것도 없었고, 어딜 가야 좋은지 뭘해야 하는지도 전혀 정말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던 때였으니까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지갑에 2만원 밖에 없었습니다. 아 그야말로 초난감 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처음으로 하는 데이트인 셈이었는데, 아무 준비도 돈도 없는 그런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 이었던 거죠. 일단 만난다는 기쁨이 좀 사그라들자 현실적인 문제가 태클 들어오더군요.


별 수 있나요. 일단 닥치고 보자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그녀를 만났습니다. 사람이 정말이지 바글바글 많기도 했는데 그녀는 금새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만은 얄팍한 지갑사정 따위, 전혀 개의치 않을 수 있었는데........두둥..-_-; 그녀의 옆에 낯익은 얼굴이 하나 더 있는 겁니다. 한지혜 양이었지요. (2편에 등장했던...)


순간 얄팍한 지갑이 머릿속을 꽉 채우는 겁니다.


‘제길 둘이서 2만원 쓰기도 버거운데, 세명이서 어떻게 2만원으로..-_-;;’


‘돈 없으니까 니들도 돈 좀내라. 이건 아니잖아..’


아..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저녁부터 먹어야 했던 시간이었던지라, 일단 싸게 저녁을 해결해야 했는데 불현듯 생각난 게 ‘신촌 수제비’였습니다. 셋이서 꽤 배부르게 먹어도 만원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맛집으로 알려진 이름있는 집인데다, 거리도 가깝고 다만 분위기있게 밥을 먹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긴 했지만, 분위기를 잡을 분위기가 아닌 상황이었으니 그만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수제비 집으로 이동하는데,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요. 사귀는 사이라면 손이라도 꼭 잡고 가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옆에 달린 혹도 하나 더 있고.. 해서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많아 복잡하니까, 내 가방 꼭 잡고 따라와”


인파를 헤치며 계단을 올라가는데, 제 가방을 꼭 붙잡고 있는 그녀가 느껴지더군요. 뭐랄까요. 그 서로 연결되어 있는 그 느낌이 아직도 너무나 설레이는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좁은 수제비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나자 지갑에 남은 돈은 만원 남짓, 수제비를 먹으면서 다음 계획을 부산스럽게 머릿속에서 짜내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이 돈으로는 뭣도 하기 힘들다. 분위기 같은 건 이미 물건너 갔으니, 이 돈으로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


고민 끝에 학교앞 제 단골 술집인 ‘옹고집’ 이 떠올랐습니다. 지하에 민속주점 처럼 꾸며진 이곳은 분위기랑은 완전 거리가 멀었지만, 사장님과는 호형호제(?) 할 정도로 단골이었고, 언제라도 외상이 가능했던 곳이었습니다. (만..사실 외상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조아, 가서 일단 조나단 먹을 만큼 먹고 부족하면 외상하자’고 맘을 먹고...그녀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차피 신촌쪽에 사람도 너무 많고 복잡하니까, 좀 한산한 쪽으로 움직이자. 내가 잘 아는 집도 있고..”


그녀들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지라, 저희는 옹고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한산하더군요. 이것저것 안주와 가벼운 술을 시키곤, 이것 저것 이야기하면서 술 한잔씩들 하는데, 불현듯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이건 좀 너무 분위기 빵점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겁니다. 앉은 자리에서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케익이라도 사다가 촛불이라도 밝히면 좀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장님께 가서 외상을 쇼부치고 난 뒤, 후다닥 밖으로 나가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케익과 초들을 사 왔습니다.


나름대로 어두컴컴한 곳에서 케익에 촛불 켜두니 나름대로 분위기가 좋더군요. 이런 저런 설레발을 풀다가, 소원 빌고 초를 끄자..고 제안했습니다. 초도 끄고, 박수도 치고,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랬죠. 그리고는 서로 각자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뭐 혹이 하나 더 달려 있었기 때문에 다음에 만날 약속 같은 건 서로 정하지도 못했지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지만, 정작 다음은 어찌 될지도 모르는 채, 1999년이 저물어 갔습니다.


to be continued..


Posted by Mr.Everything 트랙백 0 : 댓글 7